Monday, February 28, 2011

프루스트 의자 - 알레산드로 멘디니

사실 프루스트 의자는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로코 양식의 럭셔리한 의자다. 이 위에 패턴을 그렸다는 것이 멘디니가 한 유일한 창조 행위다. 수많은 모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구조, 새로운 재료, 새로운 형태, 새로운 기술로 자기만의 의자를 내놓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일찍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독창성은 없다”고 선언한 뒤 ‘지극히 따분함’이라는 새로운 코드를 제안했다. 그것은 과거에 이미 존재했던 것을 따분하게 변형하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식이 디자인을 대체하고 있음을 이 의자로 보여주고자 했다.

멘디니는 원래 저널리스트로서 출발해 알키미아(Alchimia) 그룹의 창시자가 되어 이탈리아의 반디자인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뛰어난 패턴 디자이너로서 직물 작업도 많이 했다. 프루스트 의자는 그의 패턴이 직물에서 의자로 옮겨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장식 행위를 넘어 의자의 개념, 나아가 디자인의 개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 의자로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을 이끄는 개척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재미난 것은 이 1970년대 말에 유행한, 그 시대와 그 지역 상황에서 유효한 의미를 가졌던 장식 패턴이 한국의 가전제품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21세기에. 그리고 구조와 재료의 연구인 디자인을 장식으로 대체한 주역인 멘디니는 할아버지가 되어 최근 한국의 가전제품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는 그 시간 동안 그의 아이디어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것이다. 물론 그 패턴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의도는 전혀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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