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에어론 의자 - 도날드 채드윅, 윌리암 스텀프

사람은 서 있는 것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 편안한 의자이건 불편한 의자이건 사람이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허리와 척추에 무리가 가기 시작한다. 현대의 모든 위대한 건축가와 가구 디자이너가 의자에 대해 연구한 것은 구조와 재료, 기능, 편안함, 대량생산, 경제성, 이동 편의성, 혁신적인 조형성 등이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사람의 건강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인체공학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사람의 몸과 건강에 집중한 혁신적인 의자가 나오게 된다. 그런 과학적인 의자가 사람이 가장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무 가구에서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허먼 밀러는 예술가와는 거리가 멀고 실험실의 과학자에 더 가까운 도날드 채드윅과 윌리암 스텀프에게 디자인을 의뢰한다. 여기에 정형외과 의사와 혈관학 전문가들까지 참여시킨 초유의 의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의자 디자인을 위해 몸의 구조는 물론 사람들의 앉는 습관, 생활 문화까지 면밀히 연구했다. 이 의자의 가장 뛰어난 점은 몸을 지탱해주는 각종 장치와 재료, 구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디자인되었다는 점이다. 정교한 서스펜션 장치가 앉은 사람을 편안하게 함과 동시에 척추와 근육에 가하는 힘을 최소화하고, 사람의 몸무게가 좌판과 등받이로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또 하나 혁신적인 이 의자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등받이로 쓰인 ‘펠리클(pellicle)’이라는 재료다.

이 재료는 체중을 등받이 골고루 분산시키고, 그물처럼 뚫린 구멍으로 공기가 순환하여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쾌적함을 유지해준다. 시스템과 재료는 물론 형태 역시 인간공학을 추구하는 사무 의자들 가운데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무 의자로 최고의 명성과 판매를 기록한 에어론 체어는 출시 당시부터 이미 수십만 개가 팔렸다. 그리고 출시가 되자 막 일어나기 시작한 닷컴 붐과 함께 닷컴 붐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왜냐하면 계급 없는 사무환경을 추구한 미국의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이 의자를 대량으로 구입해 모든 사원들에게 평등하게 나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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