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라운지 의자 - 찰스 임스

라운지 의자는 영화 감독 빌리 와일더를 위해 그의 친구였던 찰스 임스가 디자인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의자다. 크기도 크고 의자를 구성하는 재료도 고급이며, 제작하는 데에도 상당한 기술과 시간이 든다. 빌리 와일더 이야기와 고급스런 디자인, 그리고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라운지 의자는 생산된 직후부터 최고 럭셔리 수집품으로 고급 수요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라운지 의자는 그런 위상에 맞는 충분히 자격을 갖춘 의자다. 이 의자는 무엇보다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20년 넘게 연구했던 곡면 합판 기술의 결정체이다.

임스 부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다리 부상을 당한 병사들의 부목을 제작해줄 것을 의뢰받는다. 임스 부부는 구부린 합판으로 수많은 부목을 납품한다. 이때 합판을 구부리는 기술에 대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후 미국 의자의 명품이 된 LCW 의자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LCW가 합판 기술을 활용한 대중 버전이었다면, 라운지 의자는 합판 기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급 제품이었다.

찰스 임스는 라운지 의자를 “길이 잘 든 1루수의 글러브처럼 편안한 의자”라고 표현했다. 편안함을 주려고 사람이 의자에 앉아서 뒤로 기댔을 때 자연스럽게 의자가 기울어지도록 별도로 떨어지는 합판 3개로 구성되었다. 각각은 머리, 등, 엉덩이를 받친다. 각 받침대는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휘어져 있어 몸을 편안하게 감쌀 거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에 검정색 가죽 쿠션 역시 의자로 빨려들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각 받침대가 개별적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고무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완충장치가 정교하게 사용되었다.

이와 함께 오토만(ottoman: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는 의자로 이 제품에서는 발판으로 사용된다)을 별도로 제작해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이 의자는 생산 효율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중요시한 임스 부부에게 예외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기능을 철저히 연구했던 그들이기에 이런 고급 의자도 디자인할 수 있었다. 편안함, 견고함, 고급스러움을 갖춘 이 의자는 20세기 안락의자 중 최고의 지위에 있다.

슈퍼레게라 - 지오 폰티

‘초경량(superleggera)’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의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의자다. 불과 1.7kg이 되지 않는다. 슈퍼레게라와 관련된 유명한 사진 이미지가 있다. 이 의자를 디자인한 지오 폰티가 이 의자가 얼마나 가벼운지 카시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집어 던지는 장면이다. 또 다른 사진은 한 여성이 가운데 손가락 하나로 이 의자를 들어 보이는 사진이다. 슈퍼레게라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탄력을 가졌다. 4층 건물에서 이 의자를 던졌는데, 지상에 떨어진 의자는 가볍게 공중으로 튕겨 올라왔다 다시 떨어졌다. 상처가 전혀 나지 않고 말이다.

이탈리아는 가난하던 시절인 1950년대 당연히 저렴하고 튼튼한 의자가 필요했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지오 폰티는 항구 마을에서 흔히 쓰이는 전통 의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래서 약간 전통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모던한 의자가 탄생했다. 더 중요한 건 시각적으로도 가볍고 경쾌해 보이며, 실제로도 그런 의자라는 점이다. 무게를 줄이려고 껍질을 벗긴 나무를 사용했고 좌판은 두께가 18mm밖에 안 되는 등나무 줄기를 사용했다. 이탈리아 가구 하면 화려한 색상의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개성 있는 가구가 연상된다. 슈퍼레게라는 그런 가구가 나오기 전, 대중을 겨냥해 만들어진 진지하고 겸손한 가구다. 이 의자를 만나면 앉기 전에 먼저 한번 들어봐야 한다.

에그 의자 - 아르네 야콥센

아르네 야콥센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SAS 로얄 호텔의 의뢰를 받고 이 의자를 디자인했다. 껍질이 어느 정도 잘려나간 달걀과 비슷한 모양이라고 해서 ‘에그 의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머리 받침과 등받이 좌판, 팔걸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몸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깜 싸는 듯한 인상이 앉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만든다. 의자의 껍데기는 가죽 또 천, 그리고 다양한 색상과 무늬로 씌워졌다. 비록 특정 호텔의 위한 디자인이었지만, 독특하고 매력적인 모습 때문에 영화나 광고에 빈번히 등장하면서 명성이 높아졌다. 백조 의자와 함께 아르네 야콥센의 아기자기한 조형미를 보여준 대표적인 의자다.

메차드로 - 카스티글리오니 형제

메차드로는 마르셀 뒤샹이나 피카소가 선보였던 레디메이드(ready-made) 방식으로 캔틸레버 의자를 만든 것이다. 이 의자의 구조는 좌판과 휘어진 다리 1개, 그리고 나무 지지대로만 구성되어 있다. 아킬레와 지아코모 카스티글리오니 형제는 불필요한 요소가 모두 제거되고 정수만 남은 오브제를 지향했다. 그래서 이토록 볼품없이 뼈대만 남은 의자가 탄생했다. 게다가 좌판은 기존의 생산된 트랙터의 좌판을 빌려 쓴 ‘레디메이드’다.

이것은 20세기 전반기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기능주의에 치우친 것에 대한 일종의 조롱 섞인 유머다. 또한 20년 이후에 비로소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을 너무 빨린 시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 의자는 지나치게 아방가르드하다는 평가를 받고 발표된 지 16년이 지난 1970년에야 비로소 생산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지나친 실험정신의 산물로 치부할 수만도 없다. 왜냐하면 이 의자는 매우 실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판톤 의자 - 베르너 판톤

오늘날 판톤 의자의 명성은 확고부동한 것처럼 보인다. 의자 디자인에 관심 없는 사람도 누구나 한번쯤은 이 의자를 보았고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의자가 발표되고 생산되기까지는 길고 힘든 시간과 사투를 견뎌야 했다. 덴마크 디자이너인 베르너 판톤은 공예를 바탕으로 한 북유럽의 디자인 전통과는 다른 길을 간다. 그는 특히 떠오르는 재료인 플라스틱의 가능성에 일찍 눈을 뜬다. 그리하여 세계 최초로 일체형 의자를 디자인하게 되는데 바로 이 판톤 의자다.

등받이 좌판, 다리, 받침대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덩어리 안에 유기적으로 녹아 있으며, 재료도 단 한 가지다. 생산방식도 플라스틱 용액을 금형 안에 넣고 한번에 사출 성형한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여 그런 사출 성형이 어렵지 않지만, 1960년대만 해도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일종의 캔틸레버 구조를 띠고 있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디자인은 받침대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수정되었다. 이 의자를 제대로 생산하는 업체도 많지 않아서 여러 군데를 전전하며 제조업체를 바꾸기를 거듭했다. 명쾌한 형태에 반해 제작은 그다지 명쾌하지 못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이기에 가능한 기발한 형태, 그리고 채도가 높은 화려한 색상 때문에 이 의자는 미디어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1960년대를 호령한 팝아티스트들에게 이 의자는 자신들이 퍼트린 문화의 본보기처럼 보였다. 그리고 판톤은 화려한 색상의 팝아트적인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을 전파한 디자이너로 기억된다.

코노이드 의자 - 조지 나카시마

1950년대와 1960년대는 합판의 전성시대였다. 그리고 곧 플라스틱이 뜰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조지 나카시마는 나무 그 자체에 몰두했다. 일본계 2세 미국인인 조지 나카시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일본적 전통과 미국에서 경험한 셰이커 스타일을 접목했다. 셰이커는 미국의 독특한 종교 집단으로서 대단히 단순하고 겸손하고 확고한 자신들만의 가구 양식을 개발하여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그런 전통으로부터 영향 받은 나카시마에게 나무는 영적인 존재였다.

그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순수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나뭇결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가구를 디자인했다. 그래서 그의 가구는 대단히 편안하고 따뜻하다. 그렇다고 기능이 떨어지거나 하는 법은 결코 없다. 코노이드 의자 역시 처음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캔틸레버 구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강철관이나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이기에 그런 인상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이 의자는 편안하고 튼튼하다.

볼 의자 - 에어로 아르니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소년과 소녀가 볼 의자 안에 들어가 뭔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크지 않은 아이들이므로 의자 안에 둘이 쏙 들어가고도 남는다. 이 장면은 이 의자가 의도했던 것이 얼마나 정확하게 쓰였는지 잘 보여준다. 에어로 아르니오는 ‘방 안의 방’이라는 개념으로 이 의자를 디자인했다. 방 안에 새로운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이 이 의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의자 안쪽에 빨간색 전화까지 설치했다는 점이다. 얼굴은 물론 몸의 절반 이상을 가려주는 이 의자는 분명 세상과 단절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한 안식처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바람 들어간 의자 - DDL 스튜디오

팝아트의 가벼움을 이보다 더 잘 구현한 가구는 없을 것이다. 지오나탄 드 파스, 도나토 두르비노, 카를라 스콜라리 이렇게 30대 초·중반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DDL 스튜디오를 세운다. 이 스튜디오는 전형적인 디자인의 탈피를 도모했다. 특히 새로운 재료와 기술로 일회용 문화가 발전하기 시작한 1960년대 상황이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역설, 가벼움, 개성은 그들이 가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코드다. 그리하여 가볍고 운반하기 쉽고 저렴한 가구를 디자인하기에 이른다. 바람 들어간 의자는 이런 고민의 결과다.

여름휴가를 위한 튜브처럼 바람을 불어넣었다 뺄 수 있어서 휴대성이 대단히 높다. 바람을 넣은 상태에서도 가볍기는 마찬가지다. 또 필요 없으면 바람을 빼서 치워버리면 되므로 자리도 차지 않는다. 상처가 쉽게 나기 때문에 가구를 사면 수리 도구를 함께 줄 정도였다. 그러나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재료는 투명 PVC인데, 각 요소를 붙이는 일이 쉽지 않았다. 결국 전기 용접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바람 들어간 의자는 전통적으로 묵직하게 집 안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의자의 일반적인 개념으로부터 탈피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특히 이것은 ‘공기주입식 의자’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최초의 의자라는 명성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사코 - 피에로 가티

1960년대는 반문화의 시대다. 젊은이들이 시위에 적극 참여하고 기존 질서와 가치를 격렬하게 무너트리려 하던 시기다. 그러한 시대적 흐름은 음악, 미술, 디자인 등 모든 분야에 흔적을 남겼다. 바람 들어간 의자와 마찬가지로 사코 역시 그런 1960년대의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문화적 현상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의자다.

이 의자의 제작은 너무나 간편하다. 그냥 자루 속에 무엇이든 집어넣으면 되는 것이다. 물론 자노타가 이것을 상품으로 생산할 때는 면밀하게 연구를 했다. 그리하여 천 조각 안에 수만 개의 작은 합성수지를 집어넣었다. 그러면서 광고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1001밤의 의자.” 이것은 “낮에는 1000가지 자세, 밤에는 한 가지 자세, 그리고 기막히게 편안함”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한다. 이 의자가 정형화된 형태를 거부하고 앉은 사람의 체형과 자세에 따라 모양이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 의자를 눕히면 침대 역할을 한다. 자노타는 이 의자의 특허를 받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합성수지가 채워진 한 자루의 백을 특허 받기란 불가능했다. 그만큼 이 의자는 발상하기 어렵지만 한번 발상하면 너무 쉬워서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수많은 복제품들이 시장에 나왔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수많은 복제품 덕에 자노타는 국제적인 명성을 얻는 브랜드가 되었다.

캡 - 마리오 벨리니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가구회사 가운데 하나인 카시나는 목재를 다루던 장인이 20세기 초반에 세웠다. 장인정신, 공예정신이 투철한 카시나는 무려 6년의 연구 끝에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의자인 슈퍼레게라를 생산하기도 했다. 그런 장신정신을 바탕으로 다시 한번 혁신을 이루어낸 가구가 바로 캡이다. 슈퍼레게라가 지오 폰티라는 걸출한 건축가와 함께 개발한 것이라면 이번에는 마리오 벨리니라는 또 다른 뛰어난 디자이너가 참여했다.

벨리니는 마치 뼈와 피부로 이루어진 인체처럼 의자를 뼈대와 가죽으로 구성했다. 강철로 뼈대를 구성했으며, 그 위에 가죽을 씌워 완성했다. 등받이와 좌판은 고정되도록 네모난 플라스틱을 가죽 안에 넣었다. 또 가죽에는 지퍼가 달려 있어서 가죽을 뼈대로부터 넣고 뺄 수 있게 했다. 카시나는 이탈리아의 투철한 공예정신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바람을 이 의자에 담았다. 그것은 성공을 했다. 오늘날 이탈리아의 모던 가구는 세련됨과 동시에 완성도가 높은 최고급 가구로 인식되고 있다.

프루스트 의자 - 알레산드로 멘디니

사실 프루스트 의자는 새로운 것이 아무것도 없다. 디자인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바로코 양식의 럭셔리한 의자다. 이 위에 패턴을 그렸다는 것이 멘디니가 한 유일한 창조 행위다. 수많은 모던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구조, 새로운 재료, 새로운 형태, 새로운 기술로 자기만의 의자를 내놓고자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알레산드로 멘디니는 일찍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이제 독창성은 없다”고 선언한 뒤 ‘지극히 따분함’이라는 새로운 코드를 제안했다. 그것은 과거에 이미 존재했던 것을 따분하게 변형하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 새로운 디자인을 내놓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장식이 디자인을 대체하고 있음을 이 의자로 보여주고자 했다.

멘디니는 원래 저널리스트로서 출발해 알키미아(Alchimia) 그룹의 창시자가 되어 이탈리아의 반디자인 운동을 이끌었다. 그는 뛰어난 패턴 디자이너로서 직물 작업도 많이 했다. 프루스트 의자는 그의 패턴이 직물에서 의자로 옮겨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장식 행위를 넘어 의자의 개념, 나아가 디자인의 개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한 것이다. 이 의자로 그는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을 이끄는 개척자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재미난 것은 이 1970년대 말에 유행한, 그 시대와 그 지역 상황에서 유효한 의미를 가졌던 장식 패턴이 한국의 가전제품에서 다시 부활했다는 점이다. 그것도 21세기에. 그리고 구조와 재료의 연구인 디자인을 장식으로 대체한 주역인 멘디니는 할아버지가 되어 최근 한국의 가전제품에도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는 그 시간 동안 그의 아이디어는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이동한 것이다. 물론 그 패턴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의도는 전혀 다르지만.

달은 정말 높아 - 시로 쿠라마타

시로 쿠라마타는 소리 야나기와 함께 서구 세계에 의자 디자인으로 명성을 떨친 최초의 일본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다. 소리 야나기가 일본 전통 속에서 표현을 가져온 반면, 시로 쿠라마타는 모더니즘적 접근 방법을 취했다. 쿠라마타는 철망이라는 재료로 새로운 형태를 탐구했다. 등받이, 좌판, 팔걸이, 이렇게 3가지 형태의 덩어리를 만들어 이것들을 용접해서 결합했다. 그 결과 형태는 고전적이지만, 인상은 모던한 의자가 탄생했다. 무엇보다 철망이 주는 새로운 질감이야말로 이 의자를 특별하게 만들었다.

록히드 라운지 - 마크 뉴슨

 
 
록히드 라운지는 호주 디자이너 마크 뉴슨의 화려한 등장을 알린 출세작이다. 이것은 그가 불과 23살 때 망치를 두들기며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대학에서 조각과 보석을 전공한 뉴슨은 의자를 디자인했다기보다 조각을 하는 심정으로 이 의자를 만들었다. 형태와 질감 역시 20세기 초·중반의 유기적인 조각을 닮아 있다. 또한 호주 해변에서 서핑을 즐겼던 뉴슨에게 서핑 보드 역시 이 디자인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그는 우선 섬유유리로 이 형태를 만들고 그 표면에 수백 개의 알루미늄 조각을 대갈못으로 일일이 박는 고된 노동으로 이 의자를 완성했다. 형태와 질감이 UFO에서 온 듯하며, 첫눈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뉴슨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이 비행기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고 이 의자에 미국의 비행기 회사인 ‘록히드’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의자는 전시회와 잡지를 통해 일본과 유럽에 알려지게 되었고, 마돈나의 뮤직 비디오에 출현하면서 더욱 큰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 하나의 작품으로 마크 뉴슨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로서 경력을 시작하게 된다.

잘 단련된 의자 - 론 아라드

조형성에 더 가치를 둔 많은 의자들처럼 이 의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형태를 가졌지만, 왠지 앉고 싶고 편안할 거 같은 형태는 아니다. 그러나 이 의자는 독특한 형태와 제작방식과는 달리 안락함을 제공한다. 이 의자의 유일한 재료인 다이컷(die-cut) 스테인리스 스틸은 탄력 있게 잘 휘어지면서 견고하다. 이 의자는 등받이와 좌판, 팔걸이 2개, 이상 4개의 덩어리가 볼트로 합쳐졌다. 그리고 각각의 덩어리는 한 장의 직사각형 철판을 굽혀서 만들었다. 이 재료의 유연성과 신축성이 사람의 무게를 잘 견디게 했다. 이 철이 가진 이렇게 외부의 힘에 잘 길들여지는 성질 때문에 ‘잘 달련된(Well Tempere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론 아라드는 이 의자를 시작으로 세계적인 가구 디자이너로 명성을 얻게 된다.

S 의자 - 톰 딕슨

지금은 영국을 대표하는 슈퍼 디자이너가 된 톰 딕슨에게 이 의자는 출세작이다. 그리고 이 의자는 카펠리니라는 회사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 세상에 그 존재를 알리지 못했을 것이다. 철제 뼈대 위에 골풀을 손으로 일일이 감아서 완성하는 이 제품은 이탈리아 어느 지방의 장인이 하루에 4~5시간에 걸쳐 완성한다. 철제 뼈대가 짐승의 척추처럼 유연하게 S자로 휘어졌다고 해서 ‘S 의자’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냘픈 등받이와 군더더기 없는 형태, S자의 유연한 곡선 때문에 대단히 섹시한 매력을 내뿜는다. 이 의자는 또한 게릿 리트벨트의 지그재그 의자와 베르너 판톤의 판톤 의자처럼 S자 형태를 가진 켄틸레버 구조의 맥을 잇는 의자다.

아이 펠트리 - 가에타노 페세

펠트로 만든 이 의자는 이탈리아의 포스트모더니즘 가구를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인 가에타노 페세의 야심작이다. 얼핏 보면 고전적인 디자인 같지만, 이것은 과거에도 현대에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고전적인 의자로 착각하게 하는 이유는 고대의 왕좌(王座; throne)처럼 보이기도 하고, 푹신한 펠트가 마치 귀족의 망토처럼 거만해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의자의 밑 부분은 그런 인상과는 달리 플라스틱이 견고하게 받치고 있다.

모더니스트들의 재료와 구조 연구와 달리 페세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처럼 장식적이고 유희적인 의자를 창조해냈다. 그는 이 의자의 재료로 버려진 양탄자를 써서 제3세계 국가에서도 생산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자기 나름대로 그것이 세계에 공헌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그러나 그의 생각은 이상적이기보다는 지나치게 비현실적이었다. 이 의자를 생산하기로 한 카시나도 페세의 비현실적인 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이 의자는 공예품처럼 만들어지고 비싼 돈을 줘야 살 수 있다.

크로스 체크 의자 - 프랭크 O 게리

프랭크 게리는 예술작품 같은 자신의 건축물처럼 의자도 기능이나 가격을 무시하고 예술작품처럼 디자인했다. 기다란 단풍나무 합판 조각들을 가로 세로로 엮어서 의자가 되도록 했다. 그래서 제목도 ‘크로스 체크’다. 1980년대부터 이와 같은 조각과 같은 의자들이 대거 출현했다. 이 의자들은 포스트모더니스트들과 해체주의자들의 건축만큼이나 급진적이었으나 모더니스트들의 의자처럼 구조적인 노력과 대량생산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크로스 체크 의자 역시 디자이너라기보다 작가의 서명이 더해져 고가에 팔렸으며, 미술관의 수집 대상이 되었다.

에어론 의자 - 도날드 채드윅, 윌리암 스텀프

사람은 서 있는 것이 의자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건강에 좋다. 편안한 의자이건 불편한 의자이건 사람이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허리와 척추에 무리가 가기 시작한다. 현대의 모든 위대한 건축가와 가구 디자이너가 의자에 대해 연구한 것은 구조와 재료, 기능, 편안함, 대량생산, 경제성, 이동 편의성, 혁신적인 조형성 등이다.

그러나 의자에 앉는 사람의 건강에 대해서는 누구도 그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인체공학에 대한 연구가 진전되면서 사람의 몸과 건강에 집중한 혁신적인 의자가 나오게 된다. 그런 과학적인 의자가 사람이 가장 오랫동안 앉아 있는 사무 가구에서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허먼 밀러는 예술가와는 거리가 멀고 실험실의 과학자에 더 가까운 도날드 채드윅과 윌리암 스텀프에게 디자인을 의뢰한다. 여기에 정형외과 의사와 혈관학 전문가들까지 참여시킨 초유의 의자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이 의자 디자인을 위해 몸의 구조는 물론 사람들의 앉는 습관, 생활 문화까지 면밀히 연구했다. 이 의자의 가장 뛰어난 점은 몸을 지탱해주는 각종 장치와 재료, 구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디자인되었다는 점이다. 정교한 서스펜션 장치가 앉은 사람을 편안하게 함과 동시에 척추와 근육에 가하는 힘을 최소화하고, 사람의 몸무게가 좌판과 등받이로 골고루 퍼지도록 한다. 또 하나 혁신적인 이 의자의 성과 가운데 하나는 등받이로 쓰인 ‘펠리클(pellicle)’이라는 재료다.

이 재료는 체중을 등받이 골고루 분산시키고, 그물처럼 뚫린 구멍으로 공기가 순환하여 오랫동안 앉아 있어도 쾌적함을 유지해준다. 시스템과 재료는 물론 형태 역시 인간공학을 추구하는 사무 의자들 가운데 독보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무 의자로 최고의 명성과 판매를 기록한 에어론 체어는 출시 당시부터 이미 수십만 개가 팔렸다. 그리고 출시가 되자 막 일어나기 시작한 닷컴 붐과 함께 닷컴 붐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왜냐하면 계급 없는 사무환경을 추구한 미국의 수많은 닷컴 기업들이 이 의자를 대량으로 구입해 모든 사원들에게 평등하게 나눠졌기 때문이다.

매듭 의자 - 마르셀 반더스

매듭 의자는 네덜란드 디자인을 세계에 알린 드록 디자인의 전시회에서 첫 선을 보였다. 이 전시회의 큰 성공과 함께 마르셀 반더스도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물론 매듭 의자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의자는 제3세계에 있을 것 같은 공예품처럼 보인다. 누구나 이 의자의 능력에 의심을 할 수 있지만, 바로 그 점에서 이 의자는 성공할 수 있었다. 즉 대단히 가벼운 소재로 엄청난 하중을 견딜 수 있었던 것. 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카본지와 끈으로 만든 밧줄을 의자 모양으로 매듭지은 다음 에폭시 수지에 담갔다가 의자 모양의 틀에 걸면 단단하게 굳는다. 이렇게 굳은 의자는 가벼우면서도 웬만한 어른의 몸무게도 잘 견딜 수 있게 된다. 나무 사이에 연결해서 공중에 걸려 있는 그물 침대가 땅에 단단하게 굳어버린 것 같은 느낌을 주어서 보는 사람들에게 경외감을 일으켰다. 이 의자는 카펠리니에서 생산되었고, 반더스는 매듭의자의 성공으로 무이 등 다양한 회사들과 함께 작업하고 있다.

라 마리 - 필립 스탁

카르텔은 화학자인 줄리오 카스텔리가 산업 소재로서 플라스틱을 전파하고자 1949년에 세운 회사다. 주로 플라스틱 재료와 부품을 생산, 납품하다가 줄리오 카스텔리의 아내 안나 카스텔리의 제안으로 1950년대부터 처음으로 자체 상품을 개발한다. 가정, 특히 주방에서 쓰이는 각종 도구들을 플라스틱으로 제작한다. 그리고 1960년대에는 온전히 플라스틱으로만 된 의자를 생산하기에 이른다. 그 뒤 카르텔은 플라스틱 가구 회사의 대명사가 되었다. 특히 다재다능한 필립 스탁과 만나면서 더욱 확고한 명성을 가지게 된다.

필립 스탁은 1997년 세계 최초로 투명한 의자인 ‘라 마리’를 디자인한다. 의자의 형태는 그리 새로울 것이 없으나, 투명하고 가볍고 1개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2분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효율적이고 우수한 기술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지금은 투명하면서도 색상이 들어간 다양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의 효율성 덕분에 라 마리를 비롯한 카르텔의 의자들은 저렴하다. 카르텔과 필립 스탁은 라 마리 이후에 ‘루이 고스트’라는 또 다른 투명 플라스틱 의자로 커다란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봄보 스툴 -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마지스는 플라스틱을 주 재료로 가구를 생산하는 회사로서는 후발 주자였고 기술도 낙후했다. 그러나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재스퍼 모리슨, 론 아라드, 콘스탄틴 그리칙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카르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가구 회사로 성장한다. 특히 스테파노 지오반노니가 디자인해서 1997년 출시한 봄보 스툴은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히트작이다.

이 의자는 플라스틱에 크롬 도금된 스틸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전반적인 형태는 윗부분이 없는 와인 잔처럼 생겼다. 플라스틱은 무려 15가지 색으로 생산되어 구매자의 선택을 기다린다. 여기에 좌판 밑에 달린 높이를 조절하는 손잡이는 기능적인 것으로서 필요 없는 군더더기처럼 달려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오반노니는 이를 오히려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혹적인 요소로 디자인했다. 봄보 스툴의 큰 성공으로 마지스는 봄보 의자, 봄보 테이블과 같은 시리즈를 생산하게 된다.

톰백 - 론 아라드

론 아라드가 디자인한 조형적이고 예술적인 초기 의자들과 달리 톰백은 그가 디자인한 것 중 당시로서는 유일하게 대량생산되었고 대량으로 판매된 가구다. 그러나 원래는 대량생산으로 목적으로 디자인한 의자가 아니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건축·가구 잡지인 <도무스>는 1997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 기간에 자신들의 전시장을 눈에 번쩍 띄게 꾸밀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일을 론 아라드에게 의뢰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조형언어가 있는 아라드는 100개 가까운 의자를 쌓아놓으려 했고, 그 해결책으로 ‘톰백’이 탄생했다.

의자의 좌판 뒤쪽에 구멍이 나 있는데, 이 구멍으로 위에 쌓는 의자의 다리가 들어간다.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디자인한 DAR 의자와 닮은 디자인으로 플라스틱 좌판과 금속 다리가 결합된 구조다. 엉덩이와 허리를 감싸는 듯한 의자 부분도 DAR과 매우 닮아 있다. 다른 점은 의자에 홈이 파여 있고 이 홈이 장식임과 동시에 의자의 강도를 높이고 줄이는 역할도 한다는 점이다. 처음 전시장에 발표된 의자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되었다. 비트라가 이 의자를 생산하기로 결정하면서 대량생산에 더 적합하고 가격을 낮출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재료로 대체한다. 실내외 모두에 어울리는 톰백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체어원 - 콘스탄틴 크리칙

마지스가 플라스틱 사출 성형 기술뿐만 아니라 알루미늄 다이캐스팅(die-casting) 기술에서도 대단히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보여준 대표작이 바로 체어원이다. 콘스탄틴 그리칙은 영국에서 공부한 독일 디자이너로서 최초의 알루미늄 다이캐스팅 의자를 디자인함으로써 세계적인 지위를 얻게 된다. 의자 디자인 또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독특한 구조로서 매우 논리적이며 견고해 보인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매우 수학적인 모습으로 차가운 첫인상을 던져준다. 그러나 그런 인상과는 달리 인체를 아주 편안하게 감싸는 의자다. 마지스는 그 뒤 알루미늄 좌판과 등받이에 돌로 된 원통형 다리를 결합한 시리즈를 출시하는 등 재료의 실험을 지속했다.

코랄로 - 페르난 캄파냐, 훔베르토 캄파냐

페르난 캄파냐와 훔베르토 캄파냐 형제는 어느 날 혜성처럼 가구 디자인계에 등장했다. 그들의 디자인은 지나칠 정도로 유별나고 재료의 사용 또한 때로는 난폭하다. 예를 들어 스시 의자는 각양 각색의 천을 모은 것으로 과연 이 디자인이 대량 생산될 수 있을까 경악하게 만든다. 또 가죽 조각을 너덜너덜하게 이어 붙인 듯한 의자도 있다. 그러나 코랄로 의자만큼 낯설고 충격적인 의자는 그리 많지 않다.

코랄로는 철사 줄을 이리저리 엮어서 만든 의자이다. 가는 금속 줄을 활용한 의자는 과거 해리 베르토이아의 ‘다이아몬드 의자’나 시로 쿠라마타의 ‘달은 정말 높아’와 같은 선례들이 있었다. 그러나 코랄로가 이들과 확연히 다른 점은 철사들이 매우 불규칙하게 얽히고 설켜서 하나의 의자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이런 형태가 대량 생산된다는 점이 매우 경이롭다. 이것은 마치 최근 디지털 기술의 힘에 철골이 매우 복잡하게 얽혀서 건설되는 스펙터클한 건축물을 보는 듯하다. 그러나 캄파냐 형제가 에드라를 만나지 못했다면, 이런 초현실주의적인 디자인은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에드라는 마치 실험과 충격을 위해 태어난 회사처럼 이와 같은 낯설고 독특한 가구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