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February 28, 2011

라운지 의자 - 찰스 임스

라운지 의자는 영화 감독 빌리 와일더를 위해 그의 친구였던 찰스 임스가 디자인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의자다. 크기도 크고 의자를 구성하는 재료도 고급이며, 제작하는 데에도 상당한 기술과 시간이 든다. 빌리 와일더 이야기와 고급스런 디자인, 그리고 고가의 가격으로 인해 라운지 의자는 생산된 직후부터 최고 럭셔리 수집품으로 고급 수요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리고 라운지 의자는 그런 위상에 맞는 충분히 자격을 갖춘 의자다. 이 의자는 무엇보다 찰스와 레이 임스 부부가 20년 넘게 연구했던 곡면 합판 기술의 결정체이다.

임스 부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다리 부상을 당한 병사들의 부목을 제작해줄 것을 의뢰받는다. 임스 부부는 구부린 합판으로 수많은 부목을 납품한다. 이때 합판을 구부리는 기술에 대한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를 갖게 된다. 그리고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후 미국 의자의 명품이 된 LCW 의자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LCW가 합판 기술을 활용한 대중 버전이었다면, 라운지 의자는 합판 기술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급 제품이었다.

찰스 임스는 라운지 의자를 “길이 잘 든 1루수의 글러브처럼 편안한 의자”라고 표현했다. 편안함을 주려고 사람이 의자에 앉아서 뒤로 기댔을 때 자연스럽게 의자가 기울어지도록 별도로 떨어지는 합판 3개로 구성되었다. 각각은 머리, 등, 엉덩이를 받친다. 각 받침대는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휘어져 있어 몸을 편안하게 감쌀 거 같은 인상을 준다. 여기에 검정색 가죽 쿠션 역시 의자로 빨려들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각 받침대가 개별적으로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고무와 금속으로 만들어진 완충장치가 정교하게 사용되었다.

이와 함께 오토만(ottoman: 등받이나 팔걸이가 없는 의자로 이 제품에서는 발판으로 사용된다)을 별도로 제작해 옵션으로 구매할 수 있게 했다. 이 의자는 생산 효율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중요시한 임스 부부에게 예외적인 제품이다. 그러나 대량생산과 기능을 철저히 연구했던 그들이기에 이런 고급 의자도 디자인할 수 있었다. 편안함, 견고함, 고급스러움을 갖춘 이 의자는 20세기 안락의자 중 최고의 지위에 있다.

슈퍼레게라 - 지오 폰티

‘초경량(superleggera)’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의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의자다. 불과 1.7kg이 되지 않는다. 슈퍼레게라와 관련된 유명한 사진 이미지가 있다. 이 의자를 디자인한 지오 폰티가 이 의자가 얼마나 가벼운지 카시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집어 던지는 장면이다. 또 다른 사진은 한 여성이 가운데 손가락 하나로 이 의자를 들어 보이는 사진이다. 슈퍼레게라는 가벼울 뿐만 아니라 엄청난 탄력을 가졌다. 4층 건물에서 이 의자를 던졌는데, 지상에 떨어진 의자는 가볍게 공중으로 튕겨 올라왔다 다시 떨어졌다. 상처가 전혀 나지 않고 말이다.

이탈리아는 가난하던 시절인 1950년대 당연히 저렴하고 튼튼한 의자가 필요했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지오 폰티는 항구 마을에서 흔히 쓰이는 전통 의자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래서 약간 전통적인 느낌이 나면서도 모던한 의자가 탄생했다. 더 중요한 건 시각적으로도 가볍고 경쾌해 보이며, 실제로도 그런 의자라는 점이다. 무게를 줄이려고 껍질을 벗긴 나무를 사용했고 좌판은 두께가 18mm밖에 안 되는 등나무 줄기를 사용했다. 이탈리아 가구 하면 화려한 색상의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개성 있는 가구가 연상된다. 슈퍼레게라는 그런 가구가 나오기 전, 대중을 겨냥해 만들어진 진지하고 겸손한 가구다. 이 의자를 만나면 앉기 전에 먼저 한번 들어봐야 한다.

에그 의자 - 아르네 야콥센

아르네 야콥센은 덴마크 코펜하겐의 SAS 로얄 호텔의 의뢰를 받고 이 의자를 디자인했다. 껍질이 어느 정도 잘려나간 달걀과 비슷한 모양이라고 해서 ‘에그 의자’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머리 받침과 등받이 좌판, 팔걸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몸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깜 싸는 듯한 인상이 앉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게 만든다. 의자의 껍데기는 가죽 또 천, 그리고 다양한 색상과 무늬로 씌워졌다. 비록 특정 호텔의 위한 디자인이었지만, 독특하고 매력적인 모습 때문에 영화나 광고에 빈번히 등장하면서 명성이 높아졌다. 백조 의자와 함께 아르네 야콥센의 아기자기한 조형미를 보여준 대표적인 의자다.

메차드로 - 카스티글리오니 형제

메차드로는 마르셀 뒤샹이나 피카소가 선보였던 레디메이드(ready-made) 방식으로 캔틸레버 의자를 만든 것이다. 이 의자의 구조는 좌판과 휘어진 다리 1개, 그리고 나무 지지대로만 구성되어 있다. 아킬레와 지아코모 카스티글리오니 형제는 불필요한 요소가 모두 제거되고 정수만 남은 오브제를 지향했다. 그래서 이토록 볼품없이 뼈대만 남은 의자가 탄생했다. 게다가 좌판은 기존의 생산된 트랙터의 좌판을 빌려 쓴 ‘레디메이드’다.

이것은 20세기 전반기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기능주의에 치우친 것에 대한 일종의 조롱 섞인 유머다. 또한 20년 이후에 비로소 나타난 포스트모더니즘을 너무 빨린 시도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 의자는 지나치게 아방가르드하다는 평가를 받고 발표된 지 16년이 지난 1970년에야 비로소 생산되었다. 그러나 이것을 지나친 실험정신의 산물로 치부할 수만도 없다. 왜냐하면 이 의자는 매우 실용적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판톤 의자 - 베르너 판톤

오늘날 판톤 의자의 명성은 확고부동한 것처럼 보인다. 의자 디자인에 관심 없는 사람도 누구나 한번쯤은 이 의자를 보았고 기억할 것이다. 그러나 이 의자가 발표되고 생산되기까지는 길고 힘든 시간과 사투를 견뎌야 했다. 덴마크 디자이너인 베르너 판톤은 공예를 바탕으로 한 북유럽의 디자인 전통과는 다른 길을 간다. 그는 특히 떠오르는 재료인 플라스틱의 가능성에 일찍 눈을 뜬다. 그리하여 세계 최초로 일체형 의자를 디자인하게 되는데 바로 이 판톤 의자다.

등받이 좌판, 다리, 받침대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덩어리 안에 유기적으로 녹아 있으며, 재료도 단 한 가지다. 생산방식도 플라스틱 용액을 금형 안에 넣고 한번에 사출 성형한다. 지금은 기술이 발전하여 그런 사출 성형이 어렵지 않지만, 1960년대만 해도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일종의 캔틸레버 구조를 띠고 있어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디자인은 받침대가 강화되는 방향으로 조금씩 수정되었다. 이 의자를 제대로 생산하는 업체도 많지 않아서 여러 군데를 전전하며 제조업체를 바꾸기를 거듭했다. 명쾌한 형태에 반해 제작은 그다지 명쾌하지 못했다.

그러나 플라스틱이기에 가능한 기발한 형태, 그리고 채도가 높은 화려한 색상 때문에 이 의자는 미디어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특히 1960년대를 호령한 팝아티스트들에게 이 의자는 자신들이 퍼트린 문화의 본보기처럼 보였다. 그리고 판톤은 화려한 색상의 팝아트적인 인테리어와 가구 디자인을 전파한 디자이너로 기억된다.

코노이드 의자 - 조지 나카시마

1950년대와 1960년대는 합판의 전성시대였다. 그리고 곧 플라스틱이 뜰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조지 나카시마는 나무 그 자체에 몰두했다. 일본계 2세 미국인인 조지 나카시마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일본적 전통과 미국에서 경험한 셰이커 스타일을 접목했다. 셰이커는 미국의 독특한 종교 집단으로서 대단히 단순하고 겸손하고 확고한 자신들만의 가구 양식을 개발하여 현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그런 전통으로부터 영향 받은 나카시마에게 나무는 영적인 존재였다.

그는 나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순수한 모습을 드러냈으며 나뭇결과 같은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사람들이 느낄 수 있도록 가구를 디자인했다. 그래서 그의 가구는 대단히 편안하고 따뜻하다. 그렇다고 기능이 떨어지거나 하는 법은 결코 없다. 코노이드 의자 역시 처음 발표되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굉장히 불안하다는 것이었다. 캔틸레버 구조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강철관이나 플라스틱이 아니라 나무이기에 그런 인상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 이 의자는 편안하고 튼튼하다.

볼 의자 - 에어로 아르니오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는 소년과 소녀가 볼 의자 안에 들어가 뭔가 자기들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크지 않은 아이들이므로 의자 안에 둘이 쏙 들어가고도 남는다. 이 장면은 이 의자가 의도했던 것이 얼마나 정확하게 쓰였는지 잘 보여준다. 에어로 아르니오는 ‘방 안의 방’이라는 개념으로 이 의자를 디자인했다. 방 안에 새로운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이 이 의자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재미난 것은 이 의자 안쪽에 빨간색 전화까지 설치했다는 점이다. 얼굴은 물론 몸의 절반 이상을 가려주는 이 의자는 분명 세상과 단절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심리적으로 편안한 안식처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